책에서는 계절에 어울리는 다양한 음식들이 총 5부, 20개 장에 걸쳐 소개하고 있다. 대학 시절 처음 순대를 먿은 후 미각의 신세계를 경험하고 입맛을 넓혀가기 시작한 저자에게 먹는 행위는 하루를 세세히 구분 짓게 하며, 음식은 '위기와 갈등을 만들기'도 하고 '화해와 위안을 주기'도 하는 중요한 매개체이다. 매운 음식에 대한 애정은 운명과도 같은 것이고, 단식 이후 맛보는 '간기'는 부활의 음식에 다름 아니다. 음식은 새로운 관계 맺음에서 제대로 중요한 역할을 해낸다. 이 밖에도 제철 재료를 고르고, 공들여 손질을 하고, 조리하고 먹는 과정까지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그야말로 최고의 음식을 먹었을 때의 만족감을, 쾌감에 가까운 모국어의 힘을 느낄 수 있다. 이 산문집은 주류 문학의 대가 권여선이 소설에서는 미처 다 풀어내지 못한, 그리고 앞으로도 하지 못할 그야말로 '혀의 언어'로 차려낸 진수성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