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꺼내 보는 말, 2010년 김보영의 소설집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가 처음 나왔을 때, 소설과 박민규는 다음과 같이 썼다. "김보영의 작품들이 언젠가 한국 SF의 '종의 기원'이 될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러부터 10년 뒤, 김보영은 영문 단편집 <On the Origin of Species and Other Stories>으로 한국 SF 작가로서는 최초로 전미 도서상 후보에 올랐다. 2022년 소설집 <다섯 번째 감각>을 통해 <멀리 가는 이야기>와 <진화신화>에 수록되었던 초기 걸작 10편을 복간했고, 다른 작품들도 모두 새로 출간이 되었지만 독자들은 딱 두 작품을 서점에서 만나볼 수 없었는데, 바로 <종의 기원담>과 <종의 기원담: 그 후에 있었을지도 모르는 이야기>다. 그리고 긴 기다림 끝에, 두 작품에 이은 신작 중편 <종의 기원담: 있을 법하지 않은 이야기>를 통해 마침내 23년 만에 '종의 기원담'의 이야기가 결말을 보게 되었다. 작가 나이 스물다섯 살에 쓰기 시작한 작품을 마흔여덟에 이르러 기어이 완성한 것이다.